국내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 가던 네이버 BAND,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진출은 다소 도전적인 모험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밴드 서비스 기획 팀의 리더 이동엽은 확신이 있었다. 국적과 문화가 달라도 사람들이 모이고 소통하고 싶어 하는 마음만큼은 같다는 확신. 광활한 미국 시장에서 그가 택한 것은 거창한 전략이 아닌 현지 사용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일. 숫자와 데이터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들어야만 알 수 있는 사용자의 목소리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밴드는 치어리더 팀, 마칭밴드 등 학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차근히 기반을 다지며 성장 공식을 만들어 왔다.
어느새 미국 MAU 710만을 넘어선 지금, 20년 차 기획자 이동엽이 꺼내 든 다음 과제는 다시 지금의 성장 공식을 깨는 것. 더 큰 성장은 기존 공식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여 그 공식을 넘어서는 순간에 만들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모든 그룹의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되는 그날까지, 밴드의 새로운 성장 공식은 지금도 새롭게 쓰여지고 있다.
네이버 BAND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이동엽입니다. 2018년 BAND 팀에 합류해 지금껏 BAND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가 합류한 당시 BAND는 국내에서 중장년층 동창밴드가 활성화되면서 정점을 찍은 이후였고, 미국은 MAU 100만을 넘기 직전으로 글로벌 진출에 시동을 걸던 시기였는데요. 국내에서 이미 검증된 서비스를 글로벌 시장에 잘 알리는 일도 재미있겠다 싶어서 합류를 결정하게 되었고, 얼마 전에는 미국 MAU 700만을 돌파하게 되었습니다. (2025.11 기준)
저는 게임 마케팅, 사업 개발, 제작사 창업까지 게임 산업에만 몸담았었습니다. 그러다 커리어 전환을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는 제가 하드코어한 게이머가 아니라는 점이 한계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인데요. 게임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사용자는 시간도 돈도 아낌없이 투자하는 하드코어한 사용자인데, 제가 그렇게까지 코어한 사용자가 아니다 보니 그들의 뼛속 깊은 곳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마음을 정확하게 캐치하고 녹여내야 하는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겠다 싶었고요. 이후에 좋은 기회가 되어 밴드 팀에 합류하게 되었는데요. 사람들이 모이고 소통하고 공유하는 건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본능이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사용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읽어내는 일이 전보다는 많이 수월해진 것 같습니다.
BAND가 과연 해외에서도 통할까, 하는 우려도 많았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서비스의 본질을 생각해보면 그룹 커뮤니케이션 도구잖아요. 사람들이 모이고, 소통하는 것은 한국만의 고유한 것이 아닌 전 세계 공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모이게 되어 있고, 모임 안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만 하고 이런 니즈를 해소해주는 서비스로 BAND만큼 잘 만들어진 서비스는 없다고 생각했고요. 그렇기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당연히 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특히 미국 시장을 선택한 건, 오프라인 기반의 커뮤니티 활동에 가장 진심인 나라였기 때문입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미국 성인 인구의 72%가 오프라인 기반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는데요. 모이고자 하는 니즈가 있는 곳이라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이고, 또 그만큼 잘 만들어져 있다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글로벌 진출을, 특히 미국 시장을 과감히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BAND 팀은 열심히 뛰고 있는데요. 25년 10월 기준, 약 145만명이 밴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전년대비 21%가 증가한 수치입니다. 매년 20% 이상의 이용자 수 성장을 기록하고 있고,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일본 사용자들의 일상에도 스며들고 있어요. 저는 미국 시장에서 증명한 밴드의 성장 방식이 일본 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고 그래서 더 기대가 됩니다.
“결국 사람들은 모이게 되어 있고, 모임 안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만 하고 이런 니즈를 해소해주는 서비스로 BAND만큼 잘 만들어진 서비스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기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당연히 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하나만 꼽자면 사용자 목소리를 정말 귀 기울여 들었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용자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이야기를 들었는지 셀 수도 없을 것 같은데요. BAND가 더 많은 사용자에게 닿기 위해서는 더 뾰족한 사용자의 니즈를 알아야만 했고 그 방법이 인터뷰였습니다. 서비스 초기에는 사용자들이 많지 않았어서 특정 그룹군이 뚜렷하게 보였는데요. 특히 치어리더 팀, 마칭밴드 두 그룹을 만나면서 왜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지, 각각의 기능들은 어떨 때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정말 열심히 들었습니다. 치어리더 팀은 특성상 동작 훈련을 위해 비디오 촬영을 많이 해야 하고, 촬영된 영상을 멤버들에게 공유하는 것이 무척 중요했는데요. 메일로 공유하면서 불편함을 많이 느꼈었는데, BAND의 비디오 공유 기능을 정말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마칭 밴드의 경우는 악기들이 크다 보니 부모님들이 항상 라이드를 해줘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모든 부모님들이 라이드를 할 수 없으니 보통 카풀을 많이 하더라고요. 약속을 잡을 때 일일이 메일로 커뮤니케이션 하기가 어려웠는데 BAND의 채팅이나 캘린더 기능을 활용하니 편리하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뾰족한 사용 사례는 사용자들에게 직접 듣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이라서 그때부터 사용자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귀 기울여 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BAND 프로덕트를 글로벌형으로 바꾸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BAND는 국내 시장에서 13년 넘게 자리잡아 온 서비스다 보니 한국 사용자, 그리고 서비스에 익숙한 오래된 사용자들에 맞도록 설계가 되어 있는 부분이 많았는데요. 그러다보니 글로벌 사용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다 보면 프로덕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고요.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현재는 글로벌 시장에 조금 더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 하에 최근에 큰 개편을 진행했습니다. 중점을 두고 개편하고 있는 부분은 복잡한 것들을 단순하게 정리하는 일인데요. 내가 원하는 메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주고,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앞으로 꺼내주고, 사용하지 않는 기능들은 논리적으로 잘 정리하면서 우리의 좋은 기능과 장점들이 잘 보여질 수 있도록 복잡성을 덜어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알림입니다. 커뮤니케이션 도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알림이 명확하게 잘 전달 되는 것인데요. 메시지가 사용자에게 잘 도달되고 무엇을 봐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인지하도록 개선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BAND는 국내와 글로벌 서비스가 분리되어 있지 않고 하나의 프로덕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글로벌향으로 전환하는 데에 있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내린 결론은, 결국 본질은 같다는 것이었어요.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우리는 모일 수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선 쉽고 간편한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필요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사용자들이 피로를 느끼는 지점 역시 국적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을 테고요. 그래서 조금 더 확신을 갖고 개편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태도, 협업, 성과 이렇게 세 가지를 일을 잘하는 기준으로 이야기합니다. 먼저, 태도를 이길 수 있는 재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태도가 엉망인 사람은 절대 롱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재능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태도가 좋으면 주변에서 나를 도와줄 것이고, 그렇게 부족한 점을 채워 나가다 보면 결국 재능을 이기게 될 것이고요. 두 번째는 협업입니다. 협업을 잘한다는 것은 동료가 나를 더 열심히 도와주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하는 일 중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도 없잖아요. 내가 갖지 못한 능력을 가진 동료들을 잘 활용해서 혼자서는 하지 못했을, 그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은 성과인데요. 저는 성과를 ‘내가 했기 때문에 어떻게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는가’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누군가가 했을 때와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멤버 중에 한 분이 Active Listening 이라는 개념을 알려주셨는데요. 적극적인 경청이라는 개념인데 그냥 들으려고 듣는 게 아니라 상대의 말에 최대한으로 집중해서,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며 듣는다는 의미예요. 그간 사용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제가 어느 정도로 듣냐에 따라 인터뷰의 퀄리티가 달라지는 것을 몸소 느꼈어요. 제가 열과 성을 다해 적극적으로 들으면, 덩달아 하나라도 더 이야기하고 싶어지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이 사용자가 우리 서비스를 잘 모르니까 저렇게 이야기하는 거야’ 라고 귀를 닫는 게 아니라 ‘왜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지?’ ‘왜 저 사용자는 저렇게 이해하고 있을까?’ 라고 적극적으로 듣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가 일하다 보면 디자이너랑 개발자, 그리고 기획자 모두 조금씩 관점이 다르다 보니까 의견이 다를 때가 많은데요. 동료랑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도 나와 반대되는 이야기를 좀 더 적극적으로 들으려고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용자가 우리 서비스를 잘 모르니까 저렇게 이야기하는 거야’ 라고 귀를 닫는 게 아니라 ‘왜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지?’ ‘왜 저 사용자는 저렇게 이해하고 있을까?’ 라고 적극적으로 듣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BAND의 다음을 생각하면 역설적이게도 지금의 성장 구조를 깨야만 하는 게 저의 숙제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학교를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이제는 그 구조를 깨고 성인 커뮤니티까지 확대해야 하는 일이 큰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서비스 초기에는 미국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시장에서, 한정된 예산으로 서비스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타겟을 좁힐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효율이 높은 타겟을 정해야만 했고, 그게 학생, 교사, 부모까지 다양한 그룹이 모여있는 학교 커뮤니티였죠. 지금의 구조를 유지한다면 미국에서 1000만 MAU까지는 언젠가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는1000만이 아니니까요. 2천만, 3천만이 되려면 결국 사용자의 범위를 확장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은 미국 맥도날드 전 매장에서 BAND 서비스를 사용하는 날이 오기를 꿈꿔요. 최근에 스타벅스나 판다익스프레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도 BAND를 도입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요. 맥도날드가 미국에서 지니는 일종의 상징성이 있어서, 미국 맥도날드 전 매장에서 BAND를 사용하는 날이 온다면 그게 시작이 되어 결국 미국의 전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BAND를 사용하는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Published Mar.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