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이라고 하면 트렌드의 최전방에 있을 것만 같지만, 굵직한 네이버 서비스의 TV 광고를 담당해 온 9년 차 마케터 권순태가 강조하는 지점은 사뭇 달랐다. 텅 빈 화면에 텍스트가 타이핑되며 그 번역 결과를 실시간으로 보여 주는 파파고 광고부터 네이버페이 포인트의 사용 방법을 기본부터 차근차근 알려 주는 네이버쇼핑 광고까지. 군더더기 없이 서비스의 본질에 집중하는 전략은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서비스 기획자만큼이나 서비스를 깊이 공부한다는 그는, 마케터의 일을 ‘실질적으로 유효한 매력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트렌드를 좇고 싶은 담당자의 욕심보다는 사용자가 진짜로 궁금해하고 필요로 하는 것들을 가장 먼저 내세운다는 것. 그에게 사용자란 영감의 원천이자 일의 동력이다.
2014년에 네이버 신입으로 입사한 9년 차 마케터입니다. 라인, 네이버페이 마케팅을 거쳐 네이버 TV 광고 캠페인을 오래 담당해 왔어요.
요즘의 화두는 네이버쇼핑 서비스의 브랜드 이미지를 국내 1등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최근 쇼핑 플랫폼들이 많아지면서 굉장히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 되었는데요.
여러 쇼핑 서비스 중에서도 네이버쇼핑이 모두가 좋아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그에 맞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고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사용자를 늘리기 위한 멤버십 마케팅도 함께 담당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분들과 함께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마케터들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요.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수많은 작업, 과정 중 마케터는 ‘높은 브랜드 선호도’를 만드는 일을 주요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 이때 마케터가 해야 할 일은 사용자에게 유효하게 작용할 만한 매력을 찾아 전달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네이버쇼핑 서비스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바로 ‘네이버페이 포인트’일 거예요. 실제로 많은 사용자가 열광하고 있는 지점이기도 하고, 마케팅을 집행할 때 저희가 가장 집중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여러모로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우리가 어필할 만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했을 때 답은 쇼핑을 할 때마다 쌓이는 포인트에 있었어요. 보장할 수 없는 ‘최저가’보다는 진짜로 유용하게 쓰일 ‘포인트’를 강조하려고 한 겁니다. 그렇게 나온 메인 카피가 ‘고물가에 힘이 되는 네이버쇼핑’이에요. 사용자들에게 실제로 힘을 줄 만한, 사용자들의 마음을 얻을 만한 부분을 내세운 거죠.
포인트를 소재로 한 쇼핑 마케팅을 메인 프로젝트로 진행하면서, 올해 영상 광고만 6~7개 만들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타깃을 자연스럽게 2-30대로 생각했습니다.
‘쇼핑’하면 왠지 젊고, 새롭고, 패셔너블한 아이템이 등장하고, 아주 트렌디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요새 젊은 친구들의 쇼핑을 보여 주자!’는 생각으로 첫 영상을 만들었고, 톡톡 튀는 재미를 고려했어요.
포인트 적립을 표현할 때도 퍼센트(%)가 ‘응’으로 바뀌어서 목에 걸리는 등의 장면을 연출했죠.
그런데 진행하다 보니 쇼핑을 트렌디하게만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 일반적인 것 같은 거예요.
오히려 사용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방향을 바꾸어 다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결론은 서비스의 매력을 차근차근 알려 주는, 좀 더 친절한 영상이었어요.
저희는 이걸 튜토리얼 형식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네이버쇼핑에서 포인트를 어떻게 적립하고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방식이었어요.
부모님이 자녀들에게 포인트를 어떻게 쓰는지 물어보면 자녀가 하나하나 알려 주는 크리에이티브를 활용했죠.
사실 그냥 떠올렸을 때는 너무 뻔한 것 아닐까, 재미가 없진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했었는데요.
대신 비주얼을 더 깔끔하고 세련되게, 심플하게 가져가는 방식으로 상쇄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젊은 사람들은 물론, 연령대가 있는 중년 이상의 사용자 분들에게 공감을 정말 많이 얻었어요.
제가 네이버를 9년째 다니고 있는데, 사실 부모님이 제가 담당한 서비스에 대해서 말씀하셨던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인터넷 쇼핑도 하지 않으시고 크게 관심이 없으셨어요.
그런데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알리는 캠페인을 여러 번 집행한 이후에 처음으로 서비스에 대해 물어보시는 거예요. “네이버페이 포인트 쓰면 진짜 좋은 거니?” 하고요.
정말 신기하기도 하고, 또 뿌듯한 순간이었죠.
광고 영상에 달리는 댓글을 보면서도 사용자의 피드백을 실제로 체감해요.
자극적인 영상이 아니면 반응이 있기가 쉽지 않은 요즘, 저희가 만든 포인트 광고에는 만 개 단위의 댓글들이 달릴 때.
의미 없는 댓글이 아니라 스스로 포인트를 쓰고 좋았던 후기나 소감을 자발적으로 남기는 댓글이 많을 때.
제일 기분 좋았던 말은 “네이버가 드디어 포인트로 찰떡 같은 광고를 하네.” 였어요.
우리가 마땅히 알려야 할 소재를 잘 알리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기뻤습니다.
파파고 캠페인은 제게 가장 기억에 남는, 또 제게 굉장한 성장의 계기가 됐던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당시만 해도 타사 번역 서비스가 굉장히 많은 호응을 얻고 있었던 반면 파파고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소규모 서비스였어요.
그렇다 보니 파파고보다 타사 서비스 번역 품질이 더 좋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이 있었고, 저희는 이 부분을 전환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했습니다.
처음에는 유행어나 신조어의 번역 결과를 보여주는 식으로 사람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 요소를 활용해 볼까 고민했었어요.
하지만 이런 방식은 다른 어떠한 번역 서비스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고, 또 이런 크리에이티브 자체도 이미 시장에서 많이 선보여졌던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파파고 서비스만의 컨셉과 본질을 여러 번 다시 고민했고, 파파고는 한국어 번역에 더 특출난, 한국어의 맥락을 다 이해하는 번역이라는 점이 바로 저희가 집중해야 할 부분이란 결론에 이를 수 있었어요.
그렇게 “맥락을 이해하는 번역 기술을 만들고 있습니다.”라는 TV 광고 캠페인의 메인 카피가 탄생했죠.
그리고 광고 영상에서는 파파고의 본래 UI를 그대로 TV 화면으로 옮겨서, 텅 빈 화면에 텍스트가 타이핑되고, 타이핑을 하는 순간마다 맥락에 맞추어 실시간으로 바뀌는 번역 결과가 함께 나오는 형태의 크리에이티브를 활용했어요.
다른 효과나 불필요한 카피를 모두 걷어내고 타이핑 장면에 집중하도록 한 것인데요.
파파고라는 서비스가 가진 ‘맥락을 이해하는’ 인공지능 기술, 말하자면 ‘AI스러움’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죠. 그 장면이 바로 저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 자체였습니다.
광고를 시작하던 시점에는 누적 1백만 다운로드 수준이었는데, 캠페인 이후 그 해 연말에는 1천만 다운로드까지 올라갔어요. 서비스 너무 좋다, 네이버에서 진짜 좋은 서비스를 런칭했구나, 이런 이야기도 많았고요. 서비스의 본질에 집중한다는 것이 좋은 방향이 될 수 있겠구나, 그때 자신감을 많이 얻었던 것 같아요. 이후로도 우리가 갖고 있는 서비스의 본질 그 자체를 최대한 잘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 혼자가 아니라, 많은 동료 분들과 함께요.
캠페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마냥 멋지지만은 않아요. 보고하고 수정하고, 또 보고하고 수정하는 것이 일상이죠.
결국 계속 가지치기를 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좁혀 나가는 과정의 연속인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비스를 더 깊게 파고들게 된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아이디어가 ‘뿅’ 하고 나오는 게 아니니까요. 스스로 서비스 기능을 하나하나 모두 써 보면서 공부하기도 하고, 사용자들을 많이 만나 보기도 해요.
사실 사용자들은 멀리 있지 않아요. 네이버는 전 국민이 쓰는 서비스이다 보니, 아주 가까운 곳에 사용자들이 있죠. 저에게는 이게 너무나 큰 장점이에요.
그래서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질문도 굉장히 많이 합니다. “너 쇼핑 어떻게 써?” “쇼핑할 때 어떤 순서대로 해?” 하면서요.
이전에는 저희가 직접 서비스를 만드는 부서가 아니기도 하고, 또 분기나 반기, 연 단위로 계속 다른 서비스를 마케팅하다 보니까 각각의 서비스를 깊이 있게 보지 못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는데요.
이제는 매번 열심히 공부합니다. 마케터 또한 그 서비스의 담당자로서, 누구보다 그 서비스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요.
“마케터가 하는 일이 네이버의 이미지, 그리고 네이버가 얘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바깥에 전하는 일이잖아요. 가끔은 이런 일을 제가 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저희가 열심히 준비한 무언가를 세상에 오픈하면 사용자 반응을 가시적으로, 눈에 띄는 반응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네이버에서 마케터로 일한다는 건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영향력이 큰 서비스이기 때문에 내가 만들어 낸 결과물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잖아요.
이 자체가 준비 과정의 힘듦을 많이 잊게 하고, 그 다음을 또 해 보고 싶게끔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그만큼의 부담도 있죠. 실패할 경우에는 그만큼 좋지 않은 반응을 많이 얻게 되는 거니까요.
그래도 사용자의 피드백을 제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합니다.
그 자체가 새로운 과제를 받거나 도전하게 될 때의 정말 큰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저는 피드백을 잘 반영하는 사람이 일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잘 반영한다는 것이 피드백을 곧이곧대로 반영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피드백을 받았을 때 여러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해서 좋은 결과물을 가져오는 분들이 저는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담당자 역시 고민한 이유가 물론 있을 테고, 공감이 안 되는 피드백도 있을 테지만 결국 주변 동료와 상위 의사결정자의 의견, 회사의 방향성, 그리고 본인의 크리에이티브까지 고루 담아서 디벨롭을 해 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본인의 스타일을 잃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방향의 의견들을 하나로 모아가는 과정은 늘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걸 해내는 분들이 그래서 대단하다고 생각하고요. 정답이 없는 일을 하고 있다면 더더욱요.
매년 저희 팀에서는 주요 프로젝트를 배정 받기도 하고, 혹은 자원해서 가져가기도 하는데요. 조직에서 “이 사람은 이 프로젝트도 줄 수 있어. 뭐라도 해 올 거야.” 이런 신뢰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음 프로젝트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네, 이게 저의 다음 목표예요.
Published Feb.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