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출시 20주년, 이미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서비스 '네이버 블로그'가 최근 다시 트렌드의 중심에 섰다.
신규 사용자 중 MZ 세대가 76%에 달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2022년 한 해에만 3억 개의 글이 올라오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로 6년째 블로그 기획을 하고 있는 조민형은 스스로가 MZ 세대이자 13년 차 블로거이다. 네이버에 합류하기 오래전부터 꾸준히 블로그를 사용해 온 진성 유저로서, 담당하는 서비스에 대한 애정 또한 남다르다.
직접 남겨 온 삶의 기록이 계속해서 오래 남아 있었으면 하는 사용자의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그는 블로그의 성장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그에게서 보이는 단단한 책임감은 깊고 오랜 애정의 결과물이다.
2017년 여름에 네이버에 합류했고, 쭉 블로그 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기획자로 모먼트 등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현재는 스마트에디터 기획과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IT 회사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어요. 어려서부터 IT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부분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초등학교 때부터 프로그램으로 홈페이지를 만드는게 취미이기도 했고요. 대학생 때 서울로 상경해서 여러 도전을 했고, 게임회사에서 웹 기획자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경험하는 서비스의 양과 폭이 더 넓어질 수 있게 된 계기인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최종 목표는 따로 있었어요. 네이버 블로그 서비스를 기획하는 것이었죠.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만드는 일.
워낙 블로그 서비스를 좋아해서 오래 사용해 오기도 했고, 가장 좋아하는 일을 직접 담당해서 기획하고 싶었어요. 항상 주변에 그렇게 말했거든요.
나는 블로그 서비스가 너무 좋고, 나중에는 꼭 네이버 블로그 팀에 들어가고 싶다고요. 결국 정말로 이 일을 하게 되었으니, 꿈이 이루어진 셈이죠.
처음 시작한 것이 2009년이었는데, 그 이후에도 꾸준히 블로그에 기록을 해 오고 있어요. 사실 멋있는 계기는 아니었는데요.
대학교 때 대외활동을 시작해 보려는데, 그때는 모든 대외활동 신청서마다 꼭 블로그 주소를 적는 항목이 있었어요.
방문자 수나 조회수가 높은 블로그를 가진 친구들이 잘 뽑히는 시절이었어서, 저도 친구와 함께 블로그를 개설했죠. 그런데 활동을 시작하니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이웃으로 온라인 친구를 만드는 것도 재미있었고, 방문자 수를 점점 늘리는 재미도 있었고요. 사실 시작 당시에는 제 블로그가 인기가 없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슈퍼스타K 1>이라는 프로그램이 시작했길래 시청 후기를 블로그에 남겼는데 갑자기 폭발적인 반응이 오는 거예요.
대중의 관심사가 블로그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순간이었죠.
생각해 보니 제 블로그에 13년치 일기가 있네요. 저의 생애 주기가 다 담겨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긴 시간 동안의 다양한 경험과 감정도 고스란히 남아 있고요.
블로그에서 새로운 인연들도 많이 만났고 지금까지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제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서비스였기 때문에, 자연스레 블로그 팀에 들어가고 싶다는 꿈도 자라났던 것 같아요.
‘네이버 블로그 리포트’라는 프로젝트예요.
제가 애착을 가진 이 서비스를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이 서비스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거든요.
블로그에 저의 13년치 일기가 담겨 있다고 했잖아요. 이렇게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유지되는 서비스가 정말 드물어요.
대학생때부터 쓴 글이 동일한 서비스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고, 그 서비스를 지금의 내가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놀랍죠.
게다가 아주 오래 전부터 온라인으로 알고 지낸 이웃들도 그대로 연결되어 있어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인데 댓글을 계속 주고받고, 대학생이었던 이웃이 선생님이 되고, 제가 기획자가 될 때까지 삶의 흐름을 공유하고 서로를 꾸준히 응원하는 그런 관계요.
온라인 공간 안에서도 진심이 통하는 이웃들을 만날 수 있는 ‘블로그’만의 매력을 어떻게 알릴지, 이왕이면 재미있게 전달하고 싶은데 어떤 방법이 좋을지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블로그에 진짜 재미있는 데이터가 많이 쌓여 있거든요.
궁금해서라도 자연스럽게 보게 될 데이터들을 찾아 직관적으로 전달했습니다.”
우선 지금까지 쌓인 블로그의 빅데이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블로그 서비스의 규모와 성장을 전달하려고 했어요. 데이터가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도록 쉬운 비유를 사용했죠.
“대한민국 인구 절반이 네이버 블로그를 가지고 있다.” “올해 블로그에 새로 기록된 글을 종이로 환산하면 에베레스트산의 3.6배!”처럼요.
그리고 블로그에 진짜 재미있는 데이터가 많거든요. 블로그에 최초로 쓰여진 글은 무엇인지, 월별로 사람들이 가장 관심있어 했던 키워드는 무엇인지.
궁금해서라도 자연스럽게 보게 될 데이터들이었죠. 블로그 서비스가 얼마나 큰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지, 서비스 규모를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도 있었고요.
저는 사용자들이 ‘블로그 속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하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이벤트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동시에 블로그 서비스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알려 주고도 싶었고요. 그래서 블로그 사용자 한 명 한 명에게 더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도록 ‘마이 블로그 리포트’를 함께 요약해서 제공했어요.
나의 한 해가 어땠는지, 내 주위에는 어떤 이웃이 있었는지, 어떤 이웃이 댓글을 많이 달아 줬고 어떤 글이 인기가 많았는지 블로그를 통해 돌아볼 수 있도록요.
반응은 매우 뜨거웠습니다. 1년 전 데이터가 궁금해서, 21년에 20년 페이지에 접속해서 다시 참여하는 현상이 있기도 했고요.
사용자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해 주고, 재미를 선물해 주고, 블로그 서비스의 성격과도 잘 맞았기 때문에 많이들 좋아해 주셨던 것 같습니다.
저는 블로그를 오래 사용해 왔기 때문에 변화를 더 잘 체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의 성격이 많이 바뀌고 있거든요.
요즘에는 확실히 10-20세대의 글이 늘어났죠. 짧은 일기 형식의 글들이 많고요.
예전에는 정보 전달을 위한 리뷰 글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블로거’ 하면 ‘파워 블로거’가 먼저 떠오르는 때가 있었던 것처럼요.
사진도 DSLR 같은 카메라로 아주 전문적으로 찍고, “오늘은 어디로 가 볼게요.” “오늘은 이런 걸 소개할게요.” 하는 장문의 글들이 많이 올라왔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특정 정보에 초점을 맞춘 글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일상을 기록하는 글들이 많아졌어요.
“오늘은 뭘 했다.” “오늘 점심 먹었는데 짱 맛있다.” 이런 귀여운 일기들. 사진 역시 보정하지 않고 막 올리고요. 글의 색깔이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시대는 늘 빠르게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과 뚝심 있게 기존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 그 사이 균형의 갈피를 잡는 일이 늘 어렵다고 생각해요.
특히 블로그 서비스는 기본기가 탄탄한, 오래된 서비스인 만큼 많은 검토가 필요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제게 가장 터닝포인트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과제는 모먼트 프로젝트입니다.
모먼트는 쉽게 말해 ‘숏폼 동영상 서비스’인데요. 기록하고 싶은 ‘지금 이 순간’의 사진과 영상을 쉽고 간단하게 편집하여 업로드 할 수 있습니다.
세로 영상으로 제작할 수 있고, 장소, 쇼핑 등 여러 정보를 스티커처럼 영상 위에 붙일 수도 있죠. 모먼트 프로젝트는 블로그에 완전히 새로운 타입의 서비스를 연동하는 과제였어요.
영상이라는 새로운 형식이었다는 점, 그리고 블로그에 새로움을 부여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했던 것 같아요.
가장 고민이 되었던 지점은 사용성이었어요.
많은 블로거들이 긴 호흡으로 글을 기록하고, 긴 글을 읽는 것에는 매우 익숙하지만, 글을 쓰는 순간에 숏폼을 만들고 그걸 빠르게 소비하는 방식은 괜찮을까? 고민이 되었어요.
미리 찍어 둔 사진으로 책상에 차분하게 앉아서 사진을 고르고, 정리하여 글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바로 찍어서 올리는 방식이 낯설지는 않을까 하고요.
하지만 이 걱정은 블로그에 새로운 사용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풀어갔습니다. 사진과 영상을 더 활발하게 활용하고자 하는 분들의 니즈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글과 다른 느낌으로, 짧은 영상으로도 정보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매월 사용자들이 모먼트로 참여할 수 있는 챌린지 이벤트를 통해 안내했습니다.
실제로 사용자분들이 더 쉽게 만들고 볼 수 있게 뷰어/에디터 경량화를 진행해서 짧은 에디팅, 짧은 뷰잉도 제공했고요.
모먼트 디자이너 분들, 개발자 분들과 함께 사용성을 분석하고 모먼트 에디터와 뷰어를 점점 최적화한 결과 블로그에 ‘숏폼’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제안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우려했던 것과 달리 많은 블로거 분들이 모먼트만의 매력을 알아보시고, 멋진 모먼트를 많이 만들어 주고 계세요.
“시대가 변하고, 트렌드가 시시각각 바뀌어도
기록하는 행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여전히 기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같아요. 시대가 변하고, 트렌드가 시시각각 바뀌어도 기록하는 행위는 계속되고 있죠.
여전히 많은 사용자들이 블로그를 찾고, 또 많은 블로거들이 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글의 성격과 색깔은 바뀔지라도요.
한때는 저도 트렌드만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많은 것들이 바뀌어도 기록에 집중하는 사용자들은 바뀌지 않는 것을 보면, 서비스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블로그 서비스의 본질은 ‘사용자가 글을 잘 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에요. 언제 어디서나 블로거가 잘 기록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모먼트 프로젝트도 새로운 기능을 제공했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더 풍성한 기록을 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었죠.
저는 현재 툴 기획, 에디터 운영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이 지점을 더 많이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제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전체적인 로드맵을 짜고, 큰 과제 안에서 세부 업무 단위로 협업툴 BTS(Bug Tracking System)에 작업을 생성하는 것입니다.
큰 틀, 메인 작업, 부작업 순으로요. 그리고 협업하는 분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즉각 확인할 수 있도록 파일/일정/작업을 한 곳에 정리합니다.
메일로 여러 내용이 오가다 보면 헷갈리게 되고, 찾느라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쓰게 되잖아요.
기본적인 일이지만 하루하루 많은 메일이 오가는 모두에게 효율적으로, 자주 공유하는 것이 업무에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습관인데, 종이 다이어리를 10년째 쓰고 있어요. 일주일 단위로 해야하는 일을 펜으로 직접 기록하면서 업무 옆에 BTS 작업 번호를 같이 적어 놔요.
누군가 A 업무의 진행 상황을 물어 보면, 다이어리에서 A 업무를 찾고, 이 업무에 적어 둔 작업 넘버를 찾아서 함께 공유하고 있습니다.
펜으로 직접 쓰면서 해야할 일을 한 번 더 기억할 수 있게 되고, 스스로의 일정관리도 명확히 되는 것 같아요.
이처럼 일을 할 때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을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중심을 잡고, 그것을 하나의 방향으로 정리하는 능력이요. 회의를 하면 종종 각각 중요한 걸 이야기하잖아요. 그 많은 의견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중심을 잡아 정리하는 역할. 각자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는 것, 프로젝트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중심과 방향을 잡는 것이 일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서비스가 오래오래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나와 서비스가 오래 함께 커 갔으면 좋겠다,
이 마음 자체가 제게 가장 큰 원동력인 것 같아요.”
블로그 팀에 합류했을 때 저의 목표는 하나였어요.
‘이 서비스를 싹 바꿔보겠다’는 기획자의 마음보다는 ‘이 서비스가 오래오래 더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사용자의 마음에 더 가까웠죠.
제가 블로그에 직접 남겨 온 10여 년의 기록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오래 남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해요.
나중에 나에게 자녀가 생기게 되면 내 계정을 물려 줘야지, 마치 소중한 일기장을 자녀에게 보여 주는 것처럼요.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팀에서 실제 사용자의 마음을 맘껏 담는 기획을 하자, 나와 서비스가 오래 함께 커 갔으면 좋겠다.
이 마음 자체가 제게 가장 큰 원동력인 것 같아요.
Published Feb.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