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8월, 네이버의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X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대화형 AI인 클로바X가 차례로 공개되며 일상과 비즈니스의 변화를 예고했다. 20년 차 서비스 기획자 임정화는 AI 기술을 적용한 첫 번째 제품인 클로바 스마트 스피커부터 지금의 하이퍼클로바X에 이르는 변화의 흐름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하고, 만들어왔다.
AI가 인간에게 어떤 존재로 남길 바라냐는 질문에 그는 ‘호기심’이라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는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세간의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지점이다. AI에게 던지는 질문 너머에는 무언가를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마음이 있다. 사용자의 마음에 닿는 기술을 담는 것이 스스로의 일이라고 정의하는 그는 호기심을 잃지 않도록 돕는 존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클로바X의 근간이 되는 기술인 하이퍼클로바X를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하이퍼클로바X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학습해서 사람처럼 생각하고 추론할 수 있는 초대규모 인공지능 기술입니다.
세계에서 3번째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만들어 낸 네이버의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인공지능이죠. 대화형 AI 서비스인 ‘클로바X’, 검색을 도와주는 서비스인 ‘큐 CUE’ 등에 하이퍼클로바X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저희 팀이 기획을 맡았던 클로바X는 AI와 대화하듯이 정보를 얻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기존에는 직접 검색하여 찾아야 했던 정보를 더 쉽게 찾아주기도 하고, 원하는 주제로 에세이를 써주기도 하죠.
다양한 대화형 AI 서비스가 있지만, 클로바X의 차별점이라면 그 어떤 AI보다 한국어와 한국인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인데요. 뛰어난 언어 이해 능력을 바탕으로 네이버의 다른 서비스와 연동하여 사용하거나, 문서와 이미지를 분석하고 편집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서비스를 론칭하기 직전까지 촌각을 다투면서 준비를 했는데요. 가슴 떨리게 준비를 했는데 다행히 계획했던 것처럼 무사히 서비스를 론칭했습니다.
‘이제야 한국어로 된 좋은 모델이 나왔다’라는 얘기나 ‘네이버가 진짜 독을 뿜었구나’, ‘칼을 갈았구나’하는 얘기들이 인상에 남습니다.
저는 UX 리서처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2016년 네이버에 AI 기술을 가지고 서비스를 기획하는 부서가 꾸려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합류한 이후에는 네이버의 AI 기술이 접목되는 모든 영역을 넘나들며 일을 해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 조직의 첫 번째 미션은 스마트 스피커를 만드는 일이었는데요.
당시에는 생소한 기술이었던 인공지능을 사용자들의 일상에 녹이기 위해서 스피커나 시계와 같은 디바이스로 먼저 접근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클로바 스피커, 클로바 클락, 클로바 램프였습니다. 이런 제품들로 AI 기술을 일상에 녹이는 일들을 한 이후에는, 디바이스가 없이도 사용자에게 가치를 전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날씨를 물어보거나 시간을 알려주는 것 이외에도 AI 기술이 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었는데요.
그때 저희가 만들었던 대표적인 서비스가 클로바노트나 클로바더빙이에요. 불필요한 노력은 줄여드리고 사용자의 생산성에 더 기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기획했습니다.
그 이후 네이버 최초의 대규모 언어모델인 하이퍼클로바X의 개발과 함께, 이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는데요. 앞으로는 클로바X와 같은 서비스가 잘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목표고요.
이 외에도 직장인들의 생산성을 높여줄 수 있는 기업용 제품인 프로젝트 커넥트X와 같은 서비스도 준비 중이니, 곧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한 서비스 기획이 제 업무의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은 네이버의 서비스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것입니다.
저는 기술이 사용자 분들께도 의미 있는 서비스까지 갔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작업했던 제품들은 그런 부분에서 뿌듯함을 많이 느끼는 되는 것 같습니다.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희망하시는 것들은 내 스토어에 들어오신 분들을 락인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사용자가 관심 가질 만한 제품들을 효과적으로 전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요.
저희가 만든 클로바 MD는 사용자의 취향과 관심사를 기반으로 스토어 안에서 가장 관심 있을 만한 제품을 추천해 드리고 있어요.
클로바 MD의 기술은 현재 네이버 패션타운과 광고에서 개인화 추천 기술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마케팅만큼이나 어렵다고 느끼시는 것이 고객 응대였는데요. CS 전담 직원을 두기 어려운 작은 사업체를 위해, 간단한 고객 응대 챗봇을 만들었어요.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는 다른 스토어에도 많이 들어오는 질문을 사장님들께 추천해 드리고, 이 질문에 맞게 답변을 입력하면 되는 간단한 구조로요.
이 답변을 바탕으로 챗봇이 고객을 응대하고요.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분들을 관리하시는 쪽에서 이런 좋은 제품은 없애지 말고 계속 유지해달라 이런 말씀을 전해 들었다고 해요.
우리가 생각해 낸 기술이 정말로 이 분들께 도움이 되고 있구나, 하며 뿌듯했던 순간이었습니다.
5~6년 전에 클로바 스마트 스피커를 만들던 때인데요.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당시에는 출시를 앞두고 늦게까지 일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작업을 하다가 제가 대뜸 다른 동료분께 ‘대체 왜 이렇게까지 일하시는 거예요?’라고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려본 적이 있습니다. 그분이 이렇게 말씀해 주셨어요. ‘나는 이게 너무 재밌어. 스피커에서 저런 말이 나오는 게 너무 재밌지 않아?’라고 해주셨는데 이 말이 가슴을 탁 치고 갔어요. 저보다도 훨씬 시니어였던 분이고 당시에 다들 지쳐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분이 저렇게 말씀을 해주시니까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내가 네이버가 아니었더라면, 여기가 아니었더라면 할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까지도 그 생각은 같아요. 네이버니까 보여드릴 수 있는 AI 서비스로 사람들의 삶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틀릴지라도 한번 더 시도해보고,
실패를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사람이 세상에 무언가를 내놓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일하기 시작했을 때는 ‘지금 내게 주어진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멋지게 해결할 수 있지’에 골몰했던 것 같아요. 그게 멋져 보이기도 했고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 멋진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귀한 재능이지만 실행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생각이 점점 들어요.
특히 서비스 기획 쪽은 멋있는 콘셉트나 아이디어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것에 비해 실행이 어려운 분야거든요. ‘우리 AI가 조금 더 친절하게 말하면 좋겠어’라고 말할 수도 있죠.
하지만 ‘AI가 친절하게 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저는 이 질문을 가지고 수없이 시도하고 실패하는 사람들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멋진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을 보고 일을 잘한다고 생각해요. 그에 비해 묵묵히 실행하는 사람들은 조명 받기가 어렵죠. 저는 네이버에 와서 실행에 옮기는 분들을 더 많이 봐왔습니다. AI 기획을 할 때 한번 시도해본다고 해서 AI가 망가지지 않거든요.
틀릴지라도 한번 더 시도해보고, 실패를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사람이 세상에 무언가를 내놓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아들이 10살이에요. 이제 꽤 많이 크긴 했지만 아직도 세상에 대해서 궁금한 것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제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물어보거든요.
하늘은 왜 파란지, 구름은 왜 하늘에만 떠 있어야 되는지 이런 질문을 받으면 대답해 주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아이들은 이런 질문에 대답을 찾아가면서 스스로 성장을 해가는 것 같아요.
어른들도 분명히 그런 순간들이 많을 텐데 어느 순간부터는 질문을 멈추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AI가 ‘어른들도 호기심을 멈추지 않도록’ 도와주는 존재였으면 좋겠습니다. 어른이 되어도 궁금한 것이 있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에게 익숙한 검색은 내가 찾으려는 키워드를 입력하고, 주어진 정보를 훑어보며 내가 답을 찾아야 합니다. 알고리즘에 의해 편집된 정보일 수도 있고, 운이 나쁘면 꼭 필요한 정보를 놓치기도 합니다.
마땅치 않은 정보 뿐이라면 검색 과정을 포기해 버리게 되기도 하고요. 대화형 AI에서는 내가 궁금해하는 것을 편한 말로 계속해서 물어보고 거기에서 답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무심결에 지나갈 수 있었던 질문들을 파고 들어가는 호기심을 멈추지 않는 것, 거기에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Published Feb.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