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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그 이상의 의미

네이버랩스에서 자율주행 연구를 시작한 시점부터 함께해 온 8년 차 개발자 김수정. 국내 IT업계 최초로 자율주행 임시허가를 받는 데 성공하게 된 순간부터 코어 기술을 자체적으로 만드는 과정을 차근차근 경험해 왔다. 그의 연구 로드맵은 단지 차를 이동하는 기술에 그치지 않고, 그 너머의 세상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현재 팀에서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도 자율주행차를 위해 만들어진 디지털 트윈 기술(현실 세계를 디지털로 그대로 복제하는 기술)을 사람에게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고도화하는 것. 자율주행차를 위한 지도를 일반 내비게이션에도 접목하여 차선 단위로 정밀하게 길 안내를 받을 수 있게 하거나, 도시 레벨의 거대한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재해 시뮬레이션을 통해 폭우, 폭염 등의 피해를 대비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자율주행에서 시작한 기술이 일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해요." 그가 자율주행 팀에서 차량을 넘어, 사람을 위한 기술 확장을 고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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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랩스에서 자율주행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해 오셨다고요.

네, 저는 박사과정 동안 3D 비전, 즉 2장 혹은 여러 장의 영상으로부터 3차원 정보를 복원하는 연구를 했었습니다. 제조업 기반 회사보다는 제가 직접 데이터를 만들고, 또 그 데이터로 뭔가 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단 생각이 많았어요. 입사할 당시 딥러닝이 태동하는 시기이기도 했고, 딥러닝의 핵심인 데이터가 곧 모든 분야에서 중요해질 거라 생각했거든요. 자율주행 분야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 생각이 들어서 네이버랩스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시작을 함께한다는 것, 기대도 되고 또 한편으론 걱정도 있었을 것 같아요.

자율주행 기술은 흔히들 종합 예술과 같다고 해요. 많은 소프트웨어, 예를 들어, 현재 위치를 추정하는 측위, 주변 환경을 파악하는 인지, 주어진 목적지까지 최적의 경로를 생성하는 계획, 그리고 주어진 경로를 잘 따르도록 하는 제어까지 많은 알고리즘들이 필요하고요. 또 이 모든 소프트웨어가 차량이라는 하드웨어 플랫폼 안에서 굉장히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하는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과 다양한 분야가 함께 맞물려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연구를 시작하는 시점에는 이런 연구를 한다는 설렘도 있지만 과연 이게 진짜 될까 하는, 걱정 반 기대 반 그런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네이버랩스는 2017년 IT업계 최초로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받기도 했어요. 지금은 어떤가요?

각 모듈에 훌륭한 동료들이 더 합류하게 되고, 계속해서 기술을 확장하고 바닥을 다지면서 네이버랩스만의 코어 기술들을 하나씩 쌓아 가게 되었는데요. 현재는 네이버 신사옥인 1784 주차장부터 출발하여 실내외를 넘나드는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기도 하였고, 곧 완공될 제2데이터센터에서 운행될 완전 자율주행 셔틀 버스 준비에 여념이 없기도 합니다. 팀에 합류해서 연구를 시작할 당시에는 ‘이게 될까’ 였다면, 지금은 크고 작은 한계를 동료들과 넘어가면서 ‘된다’의 다짐으로 바뀐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제도적인 문제나 기술적으로 풀어야 할 도전들이 있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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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은 단지 차량을 이동시키는 기술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로도 확장될 수 있어요.”

지금 On-Road Intelligence 팀에서는 어떤 일을 하시나요.

현재 자율주행 기술을 차량뿐만 아니라 사람을 위한 서비스에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희 팀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물리 공간을 디지털화하고, 도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환경을 인식하는 정말 훌륭한 기술들을 발전시켜 왔는데요. 자율주행에만 사용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기술들도 많아요. 그중 하나가 자율주행을 위한 지도를 생성하는 과정 중 얻게 되는 도심 단위의 3차원 복원 결과물인 ‘디지털 트윈’이에요. 자율주행에 필요한 차선 단위의 도로 정보는 물론 주변 환경까지 현실 세계를 그대로 디지털화한 데이터로 볼 수 있죠. 저희는 이 데이터가 자율주행뿐 아니라 사람을 위한 서비스에도 굉장히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고, 그 활용 방향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사람을 위한 서비스에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차선 단위로 정밀하게 구축된 지도 데이터는 차량 내 AR 내비게이션에 활용되어 복잡한 도심의 도로 환경에서 차선 단위의 경로 가이드를 제공할 수 있고, 또 3차원 지형 정보를 통해서 비가 많이 올 경우 침수 피해 지역을 예상하여 대비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 보지 않은 공간에 대해서도 실감나는 3D 뷰를 제공하여 미리 공간에 대한 정보를 줄 수도 있지요.

1784 신사옥 뉴럴 렌더링 뷰

1784 신사옥 뉴럴 렌더링 뷰

이렇듯 그동안 네이버랩스에서 개발한 기술들은 단지 자율주행 차량을 A에서 B지점까지 이동시키는 것을 넘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며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어요. 이러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실제 네이버 서비스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고민하며 연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가는 일, 어려운 순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들이 항상 미래를 바라보는, 최신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것이다 보니, 재밌고 설레기도 하지만 과정 하나하나가 다 챌린징한 일인 만큼 어려울 때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더욱이 너무 막연하고 큰 목표만 생각하면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알기가 정말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목표를 짧은 단계로 잘게 쪼개서 우리가 당장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하나를 해보고, ‘이게 되네’ 하면 또 그 다음 단계를 나아가 보자 하는, 작은 실행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면서 일을 진행시켜 보는 편입니다. 첫 시도부터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계속 생각만 하고 있으면 시작부터 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각 단계를 돌려 보며 중간중간 목표를 수정하기도 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좋은 결과물을 찾아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이 우리 삶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기술이 진보하면, 그 진보된 기술이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이 바뀐다고 생각해요. 스마트폰이 있기 전과 후의 라이프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졌잖아요, 스마트폰이라는 게 생활에 그대로 스며든 거죠. 그것처럼 자율주행도 우리의 삶을 바꿀 기술 중 하나라는 확신이 듭니다. 일반적으로 자율주행은 자동차 같은 운송수단에만 쓰인다고 생각하는데, 공간 자체가 이동을 하도록 쓰일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서 내가 필요한 숍이라던가 물류 창고가 이동하는 거죠. 그렇게 공간이 이동할 수 있게 되면 우리 도심지의 형태도 굉장히 많이 변화될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아직은 어쩌면 좀 공상처럼 느껴지겠지만, 분명히 이러한 변화가 올 것 같아요. 자율주행 기술은 단지 ‘내가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된다.’를 넘어서, 우리 삶의 모습 자체를 많이 바꿔 놓을 거라 생각합니다.

“끝까지 하는 사람. 하나 더 해 볼 수 있는 것이 없을까 끝까지 고민하는 것.
일을 잘한다는 건 그런 것이 아닐까요.”

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끝까지 하는 것이요. 어떤 일을 그 단계에서 마무리를 지을 수 있는 상황일지라도, 그때 하나 더 잘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없을까 고민하고 끝까지 하는, 그런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제 주변의 많은 동료들이 그렇기도 해요. 본인들이 하는 일에 진심인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기가 맡은 것에 있어서 항상 본인 역량의 100%, 200%를 꺼내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 저희 팀원들이나 동료들이 다 그런 분들이다 보니까, 그걸 보면서 ‘끝까지 하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라고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직업병이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다 보니 집 거실에서도 밖으로 도로를 내려다보면 도로 마커라든가, 차선 같은 것들에 자꾸 먼저 눈길이 가게 돼요. 바깥에 나가서는 물론이고요. 그리고 또 저희가 현재 디지털 트윈 데이터를 활용해서 마치 실제 3차원 공간에 있는 것처럼 가상세계를 자연스럽고 실감나게 구현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보니, 요즘은 어디를 가더라도 ‘3D로 구현되면 여기는 멋있어 보이겠네, 여기는 큰 감흥은 없겠다.’ 이런 식으로 머릿속에서 습관처럼 스캔이 되더라고요. 이런 게 직업병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건 저뿐만 아니라 우리 팀원들 모두 그런 것 같습니다.

긴 휴가가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개인적으로는 그냥 정말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고 싶어요. 꼭 지금 하는 일이랑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주제가 아니더라도요. 세상을 조금 더 한번 관찰해 보고 싶단 생각에서 그런데요. 공부를 오래 하면서는 한곳을 엄청 깊게 파는 일이었는데, 또 세상에 나와보니 참 모든 게 다양하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기술 자체에 대한 연구도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그 기술들을 세상에 적용하려면 세상의 다양한 모습들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단 생각이 많이 들어서, 책을 많이 읽으면서 세상의 여러 모습들을 살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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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Feb.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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