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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를 찾을 때까지

네이버가 향하는 새로운 땅, 사우디아라비아. 저 멀리 중동의 땅에 네이버의 기술이 뿌리내리고 있다. 현실 공간을 가상 세계에 그대로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과 정교한 로보틱스 기술 그리고 AI 기술로 사우디아라비아라는 거대한 시장을 사로잡은 것.

팀네이버 최초의 중동 시장 도전을 이끌고 있는 18년 차 사업 기획자 장근창. 원체 무수히 많은 변수가 생기기 마련인 사업 기획 영역, 더욱이 문화와 일하는 방식이 생소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사업은 베테랑인 그에게도 도전적인 프로젝트였다. 그에게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되뇌는 주문 같은 말이 있다. ‘아님 말고.' 이 방법이 아니라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그의 집념이 담긴 말이기도 하다. 50도가 넘는 사막을 건너, 글로벌 빅테크를 제치고 한국의 기술로 전례 없는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있는 그에게 위기란 도전하고 있기에 주어지는 필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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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 하시나요?

네이버 클라우드 그리고 팀네이버가 만들어낸 다양한 서비스와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내고, 그들의 니즈에 맞는 사업 플랜을 기획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사업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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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갑자기 사우디 사업을 맡게 되셨어요.

2022년에 국토교통부 장관 주관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에 국내 기업의 사업 수주를 지원하는 ‘원팀 코리아’에 네이버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네이버는 현실 데이터를 가상 화면에 그대로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로 홍수를 예방하는 시뮬레이션을 선보였습니다. 깜짝 놀란 것이, 사막인 사우디에서 매년 홍수 피해를 입는 지역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다’ 라는 곳에서 도시가 마비될 정도로 폭우가 내리고 큰 인명 피해도 난다고 합니다. 사우디의 이런 페인 포인트와 네이버의 기술이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인데요. 이 기회로 사우디 주택부가 네이버에 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저도 이에 맞춰서 사업팀을 꾸리고 사우디로 출장도 다니면서 고객의 니즈에 맞춰 여러 안을 제안해보게 되었습니다.

*네옴시티: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지역에 서울 면적의 44배에 달하는 친환경 스마트 도시 건설 프로젝트

“단순히 네이버의 기술을 파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디지털 트윈 뿐만 아니라 여러 영역에서 활발하게 협업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크게 네 곳의 고객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우디 주택부에서 전 국민에 제공하는 지도 서비스와, 네옴시티를 위해 네이버랩스의 로보틱스 기술을 활용한 로봇과 플랫폼을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또, 아람코*와는 네이버웍스를 기반으로 하는 업무용 협업 앱을,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과는 아랍어 기반의 대규모 AI 모델을 개발하는 소버린 AI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우디 주택부와의 사업은 규모로 따지면 네이버가 지금까지 수주한 해외 사업 중에서도 큰 규모의 사업입니다. 단순히 네이버의 기술을 파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네이버가 중동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먼저 도전하게 되면, 한국의 IT 스타트업, 공공기관도 이를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될 텐데요. 실제로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에는 한국국토정보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가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사업이 잘 됐으면 좋겠다’라는 마음도 있지만 여기에 이런 책임감을 더해 임하고 있습니다.

* 아람코 : 사우디의 국영 석유ˑ천연가스 회사

순항할 것만 같던 사업이 위기에 처한 적도 있다고요.

사업을 준비하면서 우여곡절이 없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사우디 정부, 그리고 협업 파트너와 워낙 긴밀하게 준비해 왔기에 본계약 체결만 바라보며 열심히 달려 왔습니다. 그런데 사업이 갑자기 공개 입찰로 바뀌면서, 1년간 준비한 제안서 작업을 전부 다시 해야 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야속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수습해야지, 어떻게든 해내야지’ 라는 마음으로 다시 준비했습니다. 한번은 제안 PT를 하기 위해 사우디의 후푸프라는 도시로 출장을 간 적이 있습니다. 당시 온도계가 50도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뜨거운 헤어드라이어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면서 걷는 느낌이었는데요. 50도의 사막을 가로지르는 기차로 2-3시간을 이동한 끝에 도착한 PT 장소에서 무사히 발표를 마치게 되었고, 사업을 진행해 보고 싶다는 말을 듣고는 모두가 얼싸안고 환호성을 질렀던 모습도 기억납니다. 지금은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해프닝이지만, 당시엔 정말 마음 졸였습니다. 지금은 무사히 본계약을 체결하고 순조롭게 사업을 진행해 나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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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어떤 마음으로 대처하는 편인가요.

다른 업무도 물론 그렇겠지만, 사업 직무는 특히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제일 자주 하는 말이 ‘아님 말고’ 이것인데요. 만약에 한 협력사에서 못 해주겠다고 하면, 바로 다른 회사 찾아가야 합니다. 또 설득하고요. 그러고도 안 되면 대표님도 찾아가야 합니다. ‘일단 해보자, 아님 말고’ 이런 마음으로 빨리 수습하거나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포기하겠다는 게 아니라,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는 마음입니다. 외부의 상황, 고객의 상황, 유관 부서의 상황, 경영진의 방향. 사업 직무는 이런 모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네이버에 와서 새롭게 깨달은 것도 있습니다. 이제 솔로 플레이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내가 아무리 잘나도, 혼자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 동료들의 공감대가 중요합니다. 같은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같은 것에 공감하고, 얼라인이 잘 맞아 있는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것이 훨씬 강력하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글로벌 기업 중에 단건의 기술을 가진 회사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니즈에 맞게 모든 기술을 패키지로 제안하는 회사는 우리밖에 없을 겁니다. 이런 것이 네이버만의 경쟁력 아닐까요?”

성공적으로 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던, 네이버만의 저력은 무엇일까요?

해외 사업은 이름 대면 알 만 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명 아쉬운 지점도 있습니다. 직원만 수만 명인 글로벌 기업들에 비하면 만 명도 안되는 인원으로 경쟁하고 있다는 자체가 놀라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점이 네이버의 강점이 된 것 같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덩치도 크고 자체적인 기준이 있기 때문에 수지타산이 안 맞으면 아예 진행을 하지 않기도 합니다. 반면 네이버는 대응하는 속도도 굉장히 빨랐고, 고객의 요구 사항에 맞게 기술을 커스터마이징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습니다.
특히나 이번에 감동을 받은 건, 이번 사업이 정말 ‘팀네이버’다운 일이었던 것입니다. 네이버 클라우드의 기술 하나였다면 이런 결과를 만들지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네이버 클라우드의 기술과 서버 인프라, 네이버 랩스의 디지털 트윈 기술, 그리고 B2B, B2G 사업을 성공적으로 지원해 온 네이버의 정책 ˑ전략 조직이 하나로 합쳐져서 만든 결과입니다. 글로벌 기업 중에 이런 단건의 기술을 가진 회사들은 많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고객의 니즈에 맞게 모든 기술을 패키지로 제안하는 회사는 우리밖에 없을 겁니다. 이런 부분이 네이버만의 경쟁력 아닐까요?

원래부터 도전 정신이 강한 편이셨나요.

오히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전자통신을 전공한 공학도였던 데다, 첫 회사도 엔지니어로 입사했는데요. 그때는 정말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도 꺼리던 그런 성격이었습니다. 대학생 때 아일랜드로 교환 학생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아일랜드가 Apple, Google, IBM 같은 글로벌 빅테크의 유럽 본부가 있기도 하고, IT,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이 상당히 발달한 나라인데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해외 사업에 대해 제 마음 속으로 관심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러다 첫 회사에서 우연한 기회로 사업 기획, 특히 해외 사업 쪽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내성적인 사람이었는데 이 일을 하다보니 또 잘 하려고 하다보니 이렇게 변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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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일을 잘 한다는 건, 쉽게 말하면 성과 잘 내는 거죠. 특히 제가 있는 사업 직무는 더 그런 면이 있습니다. 내가 만든 성과가 회사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 건 당연하고, 성과를 보는 기준도 회사와 내가 잘 얼라인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성과가 나의 동기부여로 이어지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롱런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성과를 내는 것이 개인에게도 의미가 있도록, 또 모티베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곳이 네이버라고 생각하는데요. 개인에게 권한이 굉장히 많습니다. 네이버 클라우드로 옮겨오고 제일 놀란 점이기도 합니다. 일을 시키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각자가 책임지고 자기 일을 만들어 갑니다. 저도 그렇게 일하려고 하고, 제 팀원 분들도 그렇게 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일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분들이 일을 잘하는 분이라고 생각하고요. 네이버에 이런 분들이 참 많이 모여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네이버가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해주신 근창님의 꿈도 궁금해집니다.

저는 한국의 IT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해왔습니다.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도 물론 있지만, 기술이 필요한 곳, 아직 기술 발전이 되지 못한 곳에 한국의 기술이 더해지면 전세계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네이버가 잘 만들어낸 기술을 전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피칭해 보는 게 제 꿈입니다. 네이버가 꾸는 새로운 꿈에 한몫할 수 있다면 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시작 단계인 사우디 사업에 많은 동료들, 그리고 주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살짝 부담도 있습니다. 최근 1~2년은 잘해왔다고 칭찬을 받고 있는데 ‘내년엔 뭐하지’ 이런 고민도 듭니다. 당장 다음 주에 ‘How to Survive’라는 주제로 팀 워크숍을 하기로 했는데요. 거기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또 한번 도전해보려 합니다. 아님 말고, 어쩔 수 없고요. 또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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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Feb.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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