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Corporate 직군의 고은경은 컨설팅 회사에서 4년간 근무하며 각각의 회사들이 당면한 과제들을 해결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일을 담당했다. 그는 파트너로서 네이버와 일했던 프로젝트가 특히 인상 깊은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빠르고 즉각적인 실행이 이루어지는 조직인 한편, 원한다면 핀테크부터 콘텐츠, 커머스, 클라우드까지 다양한 사업 분야의 경험이 가능한 곳임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 실제로 그는 네이버에 합류한 이후, 불과 1년 동안 왓패드 인수, 카페24 투자 등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담당하며 네이버의 성장을 전방위에서 지원했다. 과감한 실행의 바탕에는 언제나 한 걸음 앞선 고민과 확신, 그리고 거리낌 없는 설득이 있다. 성장의 화두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네이버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이를 실행하는 일을 돕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글로벌 회사들과의 M&A 파트너십 기회들을 찾고, 실제로 실행하는 일입니다. 전략과 투자가 같이 겸비되어야 되는 팀이죠. 많은 분들이 전략적 투자라고 이야기를 해 주시는데요. 회사가 빨리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전략들을 찾아 본 후에, 이 전략들을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투자 기회들을 탐색하고 인수하는 작업들을 합니다.
이름이 Growth& True North인데요. 직관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네이버가 가야 하는 성장 방향성을 고민하는 팀입니다. True North라는 게 진북(항상 변치 않는 북극성의 방향)이라는 뜻인데요. 네이버가 당면한 상황, 그리고 글로벌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 이런 것들을 다 감안했을 때 회사의 성장을 선제적으로 고민하고 가야 할 방향을 짚어준다는 취지로 함께 지었습니다.
사실 저희 팀은 굉장히 적은 인원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부에 저희 팀 규모를 말씀드리면 ‘그 많은 일을 그렇게 작은 팀에서 한단 말이야?’ 하고 말씀하실 정도로 굉장히 놀라세요. 그럴 때마다 제가 자신 있게 말하는 건 ‘효율적으로 일하고, 그만큼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담보되는 팀’이라는 거예요. 일반 회사들에서는 어떤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통상적으로 100장이 넘는 보고서를 쓰곤 합니다. 왜 우리가 투자를 해야 되는지, 단가가 맞는 것인지 이런 것들을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논리가 붙은 100장의 보고서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네이버에 와서는 어떤 투자를 하든 10장이 넘는 보고서를 쓴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글로벌 투자사들이나 자문사들이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네이버에서 하는 투자는 어느 누구보다도 더 선제적으로 움직인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죠. 그리고 또 저희 팀의 장점 중 하나가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거예요. 법, 재무, 전략, 투자, 사업 등등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상보적인 역할을 해 주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제게 인상 깊었던 투자는 카페24 투자였어요. 스마트스토어의 셀러 분들과 브랜드스토어의 브랜드들을 대상으로 조금 더 운영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 사업을 오래 전부터 고민해 왔습니다. 그러던 찰나에 카페24라는, 어떻게 보면 이 솔루션 사업을 한국에서 누구보다 빨리 진행하고 있었던 회사를 찾게 되었죠. 저희 팀에서 직접 콜드콜을 해서 양사 대표님의 만남을 주선했는데 실제로 회사가 그리는 비전도 정말 합치가 되고, 큰 솔루션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 만남은 실제 투자로 이어졌고, 지금까지 이 협업을 위한 논의는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첫 발이 어렵다고 하잖아요. 왓패드 인수는 그것을 제일 많이 경험했던 프로젝트였던 것 같아요. 글로벌 서비스인 웹툰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으려면 어떤 투자들이 단행되면 좋을지 고민하던 중에, 웹툰의 김준구 대표님께서 왓패드를 말씀하셨습니다. 글로벌 1등 웹소설 회사와 가족이 될 수 있다면 큰 시너지가 있겠다는 아이디어였죠. 완전히 우리 회사가 된다는 일, 사실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던 바이아웃이라는 것을 진행했다는 점에서도 제게 큰 의미가 있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난이도 높은 설득 작업이 필요했어요. 쟁쟁한 글로벌 회사에서도 인수에 참여했는데, 마침내 네이버를 선택하게 하기까지 많은 노력들이 있었죠.
“콘텐츠에 정말 진심인 사람들끼리 한번 해 보자는 것에 모두 마음이 동했던 것 같아요.
그때의 현장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네이버웹툰의 김준구 대표님과 왓패드의 알렌 파운더가 같이 만나시면서부터 실마리가 보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 김준구 대표님께서는 진정성으로 돌파를 하셨어요.
물론 저희도 회사의 가치에 응당 맞는 밸류에이션을 드리고자 노력을 했지만, 결정적인 협상의 순간에는 무엇보다도 두 대표님이 지향하는 비전이 같다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웹소설 1등과 웹툰 1등이 함께 한번 해 봐야 되지 않겠냐, 콘텐츠에 정말 진심인 사람들끼리 한번 해 보자는 것에 모두 마음이 동했던 것 같아요.
두 회사가 단기간 내에 매출을 어느 정도 끌어올리고 영업이익을 얼마를 내겠다는 이야기가 주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우리 서비스의 유저가 얼마나 되고, 그래서 몇 명이 체류를 했고, 그래서 얼마나 퀄리티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죠.
사실 네이버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제 입장으로서는 굉장히 생경하고, 충격적이기까지 한 경험이었습니다.
사업이란 당연히 돈을 버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제게는 마치 선비 같은, 너무 모범생 같은 발상으로 다가왔거든요.
그렇지만 그런 진심들을 제가 느껴보니, 그리고 그 진심이 동해서 실제로 이 정도 규모의 회사를 만든 이력들을 생각해 보니 그 철학은 여전히 틀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저희가 크게 견지해야 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뭘 해야 하는지 스스로 탐색하고, 역할을 정의하고, 고민해서 답을 찾는 것.
이게 제 일의 가장 큰 장점이자 고충인 것 같아요.”
저에게는 사실 루틴이라는 게 없어요. 일의 특성상 패스플레이도 되지 않고요. 누군가 제게 일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일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먼저 화두를 던질 줄 알아야 하는 게 제 역할이니까요. 아무도 제게 무슨 보고서를 써 와, 뭘 가져 와, 하고 요구하지 않아요. 올해 팀에서 제가 직접 담당했던 인수만 해도 5-6개가 돼요. 밀도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참 즐거웠는데, 한편으로는 꼭 일이 아니더라도 회사에 도움이 될 만한 화두를 던지는 일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을 하게 됩니다. 투자 관점에서 다양한 대화를 할 수 있다 보니까 훨씬 더 입체적인 정보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거든요. 그런 것들을 잘 활용해서 당장의 투자가 아니더라도 회사의 방향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려고 해요. 저희 팀의 역할이 바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이걸 해야 하고, 이런 것들은 안 하는 게 좋겠다’ 라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화두를 던지는 거죠.
가끔 저희에게 주어지는 질문들이 너무 크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사실 막막하거든요. 그래서 저희 팀은 회의를 굉장히 많이 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이기도 한데, 정례 회의는 아니고 일주일에 두세 번 만나서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거예요. 요즘 뭐가 핫한지, 시장이 어떤지, 우리가 일조할 수 있는 건 무엇일지, 이런 것들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다가 또 자연스럽게 ‘그럼 누구를 만나 보자, 누구를 태핑해 보자.’ 하면서 흩어지는 거죠. 어려운 질문에 저희 스스로 답을 내려야 한다는 것, 막막한 일이기도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저희 팀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에너지가 결국 열쇠인 것 같아요. 자유롭게 의견을 내다 보면 어떻게든 답이 찾아지긴 하거든요.
저희 팀이 하는 일이 사실 마냥 편한 일은 아니에요. 누군가에게 “글로벌 트렌드는 이런 것 같아요.” “우리 회사는 이렇게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A보다는 B가 더 맞지 않을까요.” 이런 이야기가 듣는 청중에게 마냥 편하게 다가가기는 어렵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팀이 오랜 시간 고민했을 때, 이게 정말로 우리가 가야 하는 방향이고, 정말로 우리가 생각하는 True North라고 생각했을 때에는 과감하게 저희의 생각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정말 실행될 수 있도록 거리낌 없이 설득할 겁니다. 이런 과감함이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한 끗인 것 같아요.
Published APR.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