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도가 새로운 길을 내고 있다. 길찾기에서 출발한 네이버 지도는 현재 예약, 리뷰, AI 기술을 활용한 장소 추천 경험을 경유해, ‘공간지능’으로 누구도 가보지 못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네이버 플레이스의 17년 차 UX 디자이너 임주열은 지도에 바랐던 막연한 상상들을 현실로 만들어 내고 있다. '팝업 스토어처럼 실시간 정보까지 지도에서 알려 줄 수 없을까?', '주말에 갈 만한 곳을 지도가 알아서 추천해 줄 수 없을까?'와 같은 상상이, 실시간 영상 리뷰나 장소 추천과 같은 실제 변화로 이어진 것.
인터뷰 도중 그가 눈을 반짝인 것은 ‘미래의 네이버 지도’를 묻는 질문. 손으로 안경 모양을 만들어 눈가에 얹으며, 머지않아 지도 앱과 스마트 고글 하나면 내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공간의 정보부터 우리 동네 소식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을 거라 답한다. 상상이 이끄는 목적지를 향해 오늘도 나아가고 있다.
안녕하세요. 네이버 플레이스 설계팀에서 네이버 지도 앱의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 가고 있는 17년 차 디자이너 임주열입니다. 지도를 이용하는 사용자들과 가게를 운영하는 사업자들이 잘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고요. 그 과정에서 사용성 측면에서 더 좋은 방향은 없을지, 사용자들이 더 필요로 하는 건 없을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부분은 없을지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투자했던 공간 공유 플랫폼의 UI 디자인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에 합류한 적이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공간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16년에는 부동산을, 2017년부터는 플레이스 프로덕트를 맡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지도 앱과 플레이스의 사용자 경험 설계를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30대에 결혼할 즈음에는 부동산을, 지금은 가족과 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니 지도를 자주 쓰게 되는데요. 가장 관심 있던 서비스와 함께 일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해 온 것 같습니다.
“사실 리뷰는 그때도 리뷰고, 지금도 리뷰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별다른 보상 없이도 전업 리뷰어가 있고, 나만의 일기장처럼 리뷰를 활용하는 분도 생기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의 인식을 바꾸어 가는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기존에 지도에서 리뷰는 업체에 대한 평가를 남기거나,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받기 위한 수단 정도로만 여겨졌습니다. 쌓이는 리뷰의 양은 많았지만, 금전적인 보상만으로 리뷰 콘텐츠가 지속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습니다. 사용자들이 리뷰를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로 여기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업체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공간을 방문했던 나의 경험으로, 더 나아가 나의 경험을 남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게끔 리뷰에 대한 인식을 개선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리뷰를 남기면 포인트를 줬다면, 이제는 내 리뷰가 가게에 어떤 도움을 주었고, 나와 비슷한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어떤 곳을 가는지를 알려주는 식입니다. 물질적 보상 대신 심리적, 내적 보상을 강화한 건데요. 또, 기존에는 리뷰를 한번 쓰고 나면 사실상 버려지는 거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MY 탭에서 내가 썼던 리뷰를 모아 볼 수도 있고, 사람들이 내 리뷰에 남긴 리액션을 받아 볼 수도 있습니다. ‘내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생각보다 보람찬 일이구나’ 라는, 리뷰를 쓸 원동력을 심어주는 거죠.
사실 리뷰는 그때도 리뷰고, 지금도 리뷰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네이버가 주는 별다른 금전적 보상이 없는데도 전업 리뷰어가 있기도 하고, 나만의 일기장처럼 리뷰를 활용하는 분도 생기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남긴 리뷰가 다른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읽을거리가 되기도 하고, 갈 생각이 없던 장소도 누군가의 리뷰 덕분에 가보고 싶게 됩니다. 사용자들뿐만 아니라, 지도 서비스에도 이 변화가 의미 있는 원동력이 되었는데요. 이렇게 정성껏 남겨주신 리뷰를 AI가 분석하여 가 볼 만한 곳을 추천하기도 하는 등, 서비스가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데에도 좋은 영향을 준 프로젝트였습니다.
네이버 지도같이 수많은 사장님과 사용자가 이용하는 서비스는 디자인을 확 바꾸는 일이 어렵습니다. 버튼 위치 하나만 바뀌어도 생업에 지장을 주기 때문인데요. 단순히 예쁜 화면, 보기 좋은 화면을 그리는 것이 UX 디자이너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환경을 이해하면서,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부분이 없을지, 좋은 방향으로 인식을 바꿔 나갈 수 있을지 찾아 나가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사용자 데이터와 트렌드도 많이 뜯어봐야 하고요. 출퇴근길에 지도 앱을 쓰시는 분을 보면 화면을 슬쩍 훔쳐본 적도 있습니다.
네이버 지도를 사용하는 분들의 연령대는 정말 다양해서 특정 연령대를 타겟으로 한 디자인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UX 디자이너가 힙하고 젊은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해도, 모든 화면을 그렇게 바꿀 수는 없을 텐데요. 대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틈새를 찾아봅니다. 리뷰어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압도적으로 2030세대가 많고, 이들이 자주 쓰는 화면은 MY PLACE 탭인데요. 그러면 이 화면에서 재밌는 시도를 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 리뷰 영향력은?’처럼 내 리뷰의 조회수를 보여주는 기능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20대가 찜한 핫플 모음’ 같이 내 또래가 찜한 장소를 모아 보여주기도 합니다. 2030 세대가 리뷰를 쓰면서 보람도 느끼고 재미도 느낄 수 있도록, 저희도 디자인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공간입니다.
크게는 두 가지인데요. 첫 번째는 ‘추천과 탐색 경험’을 강화하는 일입니다. 예전의 지도 앱은 TV나 SNS에서 봤던 장소를 ‘검색’해보는 용도로 대부분 활용되었는데요. 하지만 요즘은 지도 앱에서 AI를 활용해 새로운 장소를 추천받고, 탐색해 볼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가 리뷰입니다. 기존에는 네이버가 직접 장소를 추천해 줬다면, 이제는 사용자들이 만든 콘텐츠를 둘러보면서, 이 콘텐츠들을 바탕으로 내가 가고 싶은 곳들을 탐색하고 추천받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목적 없이도, 심심할 때 지도 앱에 들어와서 ‘놀 수 있도록’ 말이죠.
두 번째는 ‘오프라인의 실시간 정보’를 담는 일입니다. 최근 성수동이나 홍대에 팝업스토어가 정말 많이 생기고 있는데요. 팝업스토어처럼 하나의 고정된 매장이 아닌, 짧게 운영하는 경우에는 네이버 지도에 등록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사용자들도 팝업스토어를 가보려 해도 지도에서 검색도 안 되고, 언제까지 운영하는지도 알 수 없어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팝업스토어나 전시처럼 짧게 운영되는 공간들의 정보도 담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데요.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분들이 남기는 실시간 리뷰나 영상들을 통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픈톡에 참여하면 방문자들과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서로 소통할 수도 있습니다. 팝업 스토어에 기간에 가보지 못했더라도 지난 팝업 정보를 볼 수도 있게 할 예정입니다. 두 가지 모두 지도 팀에서 오래 전부터 준비했던 변화인데요. 검색을 넘어선 탐색으로,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일을 온라인으로, 지도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의 폭을 넓혀 나갈 예정입니다.
플레이스 조직 내에 지도, 여행, 예약 등 다양한 서비스가 있는데, 설계, 즉 디자인 조직은 저희가 유일합니다. 각 서비스를 맡는 팀은 아무래도 본인들이 맡은 영역만 깊게 파고들 수밖에 없는데요. 저희는 전체 서비스를 다 맡고 있다 보니 ‘이 영역이랑 저 영역을 같이 하면 시너지가 날 수 있겠는데?’ 하는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그래서 먼저 제안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쩌면 전체를 보고 있는 설계 조직이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설계팀에서 먼저 제안하게 되면 결국 그걸 다듬어주고 현실성 있게 만들어주는 분들은 주변의 기획자분들입니다.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부분들을 챙겨주시니까 더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쳐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상상력이 달릴 때도 있는데, 그땐 개발자분들이 큰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이런 기능도 돼요, 이런 거 저희가 구현할 수 있어요’ 이런 말씀을 해주십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저희의 생각을 뛰어넘는 상상을 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계십니다.
“다른 글로벌 서비스 중에서 네이버처럼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고, 예약과 주문을 할 수 있고, 그 장소로 이동하고, 방문 후의 경험까지 나눌 수 있는 서비스가 아직 없기 때문에 더 욕심이 나기도 하고요.”
제가 지금 여기서 지도를 켜면 ‘정자동’이 나올 텐데요. 사실 지금 정자동에선 엄청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 아파트 단지에서는 주민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있을 수도 있고, 어느 사거리에서는 교통사고가 나서 정체가 될 수도 있고, 요 앞에 새로 생긴 가게에서는 직원을 뽑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지도 앱에서는 그런 것들이 보이지가 않습니다. 이렇게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지도에서 바로바로 보이도록 하는 일, 그리고 이곳에서 사람들이 소통하고 연결될 수 있는, 로컬 커뮤니티로 발전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네이버는 이미 수많은 장소에 대한 정보와 리뷰를 가지고 있고, 주문, 예약과 같은 서비스들이 지도 안에서 잘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가상 공간만 잘 마련이 된다면 얼마든지 가능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른 글로벌 서비스 중에서 네이버처럼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고, 예약과 주문을 할 수 있고, 그 장소로 이동하고, 방문 후의 경험까지 나눌 수 있는 서비스가 아직 없기 때문에 더 욕심이 나기도 하고요.
요즘 가족들과 좋은 곳을 찾아다니고 여행하는 걸 좋아합니다. 출근할 때도, 주말에도, 정말 제가 매일 쓰는 게 지도인데요. ‘이런 기능 있으면 좋겠다’ ‘이런 건 안 되나?’ 이렇게 한 명의 사용자로서, 제가 필요한 기능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것이 일하는 재미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지도 너무 잘 쓰고 있다, 이번에 이런 기능 생기니까 좋더라’, 때로는 ‘이런 것도 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말도 해주시는데요. 이럴 때 기분도 좋고, 얼른 적용해서 다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지도 앱 월평균 방문자가 2,700만명 정도 되는데요. 이렇게나 많은 분들의 일상과 함께하고 있는 서비스를 만든다는 재미가 큰 것 같습니다. 사용자가 많은 만큼 정말 다양한 케이스와 니즈가 있고,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성장하는 재미도 큽니다.
다 쓰고 있겠죠? 제 딸이 지금 4살인데, 아이가 성인이 될 즈음이면 지도 앱과 스마트 고글 하나로 공간에 대한 정보를 다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변 아파트 리뷰, 내가 앉아 있는 건물의 정보, 주변 식당의 메뉴나 후기, 실시간 교통 정보 같은 모든 것을요. 지도 서비스를 맡으면서 ‘이번 주말엔 어디 가지, 지도가 알아서 추천해 줬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상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땐 이런 추천을 해주고 싶어도 담당자가 일일이 추천 콘텐츠를 만들거나 광고비를 받은 업체를 추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AI 기술을 활용해서 실시간으로 내 또래가 많이 방문하는 곳이나, 나도 몰랐지만 관심 있던 곳을 추천해 주는 게 당연한 게 되었습니다. 조만간 이런 상상들이 당연한 현실이 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네이버 지도가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그런 서비스가 되는 모습을 꿈꾸고 있습니다.
Published Feb.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