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회사가 성장을 위한 데이터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이 당연한 목표를 전담하는 팀을 두는 경우는 드물다.
서비스 마케팅부터 사업 기획까지, IT 업계에서 다양한 업무를 담당해 온 이민선이 다음 스텝으로 네이버웹툰의 그로스(Growth) 팀을 선택한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었다.
현재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회사라면, 그로스 팀을 별도로 두고 있는 조직이라면 본인의 성장 역시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
올해로 경력 13년 차인 그는 일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 정의한다. “저는 우리 팀이 작은 조각을 모으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매일 반복되는 실험과 실행을 모아 서비스 성장의 기반을 다지는 일이라고요.” 때로는 민첩한 실행력으로, 때로는 끈질긴 집념으로, 성장의 조각들을 찾기 위한 실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당연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언제나 특별한 노력들이 수반되는 법이다.
안녕하세요. 네이버웹툰 KR Growth 팀의 이민선입니다. 저희 팀은 한국 웹툰 서비스의 그로스(Growth)를 담당하는 팀인데요, 매일의 서비스 지표와 유저 데이터를 살펴 보고, 서비스의 성장과 바로 연결되는 주요 지표가 무엇인지를 정의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설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일을 합니다.
저는 올해로 13년 차인데, 쭉 IT 업계에 있었어요. 카카오에서는 메신저와 모빌리티 서비스 마케팅을 담당했고, 라인에서의 블록체인 사업 기획을 거쳐 네이버웹툰에 합류했습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변화이기도 한데요, 주니어일 때는 사실 제가 하는 일이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것에 큰 성취감을 느꼈어요.
이건 내가 기획한 프로모션 페이지야, 내가 참여한 극장 광고야, 이런 지점에서 큰 즐거움을 느꼈죠. 그런데 연차가 올라갈수록 성취감을 느끼는 부분이 달라졌어요.
내가 담당하고 있는 서비스가 어떤 성장의 지점에 있는지가 궁금하고 나의 기여가 숫자로 반영되는 일이 더 흥미로웠죠.
그래서 라인의 사업팀으로 합류해서 KPI 지표를 보고 지표 상승을 위한 직접적인 액션을 수립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네이버웹툰 그로스 팀에서 일한 지 2년 반 정도가 되었는데요. 저희 팀은 일반적인 기획팀 혹은 운영팀으로 정의하기에는 담당하는 역할이 좀 더 광범위합니다.
서비스의 사업 방향을 정하기 위한 근거를 만드는 전략 기획성 업무도 있고, 아주 다양한 유저의 방대한 지표를 매일 추출하고 가공하는 데이터 업무도 있고,
앱에서 노출되는 배너나 프로모션 같은 서비스 운영과 관련된 업무도 담당하죠.
제가 좋아하는 일을 모두 할 수 있는 팀인 것 같아요.
그래서 함께 일하는 팀원들의 커리어 백그라운드도 다양해요. 저도 서비스 마케터 출신이고,
사업팀에서 KPI 지표를 관리하던 분들도 계시고, 카드사나 금융권에서 고객 데이터를 다루던 분들도 계세요.
다양한 커리어를 가진 팀원들이 모여서 서로 자극을 줄 수 있어서 더욱 좋은 것 같아요.
“재미라는 추상적인 가치를 어떻게 스코어링 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다른 서비스가 아닌 웹툰의 그로스 팀이기 때문에 고민하는 지점인 것 같아요.”
콘텐츠의 ‘재미’라는 추상적인 가치를 어떻게 스코어링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을 많이 고민합니다. 다른 서비스가 아닌 네이버웹툰의 그로스 팀이기 때문에 고민하는 지점인 것 같아요.
현재 600개에 가까운 작품들이 네이버웹툰에서 요일 연재로 서비스 되고 있거든요. 이렇게 쏟아지는 작품 중에서 어떤 작품 좋은 반응이 있을 지를 미리 예측하는 것이 좀 중요해진 것 같아요.
말하자면 선행 지표를 통해 가능성 있는 작품을 발견하기도 하고, 순위권 작품들의 인기 유지를 확인하기도 하는거죠.
‘무엇이 재미있을까?’를 보기 위해서 신작이라면 오픈 초반 독자들의 리텐션이나 미리보기 결제율 등의 데이터를 스코어링하기도 하고요. ‘재미를 유지하고 있는가?’를 살펴볼 때는 순위권 인기 작품의 경우에는 매주 연재를 따라가는 유저와 이탈하는 유저의 추이가 어떻게 되는지를 살펴보기도 해요.
이렇게 살펴 본 데이터를 기준으로 웹툰 앱 안에서 작품 열람을 유도하는 액션을 설계해요. ‘이 신작은 초반 재미 지표가 좋은데 신규 유입이 조금 아쉽네?’라고 한다면 해당 작품을 좋아할 법한 유저들에게 작품을 추천하는 타겟 배너를 보여주기도 하고요. 1화만 열람해도 쿠키를 지급하는 열람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작품이 발견되고 열람까지만 유도하면 이후 지표가 좋을 것이라는 게 어느 정도는 검증된 작품이니까요. 실제로 이러한 액션으로 작품의 요일 인기 순위가 올라가고 이후 유지될 때, 혹은 ‘이 웹툰을 왜 이제 봤지, 끝까지 쿠키 구웠다’ 같은 독자 댓글을 보게 되면 많이 뿌듯합니다.
유저들의 열람 패턴을 살펴보는 일을 하고 있어요.
보고 있는 작품을 매주 따라가는지, 연재 요일에 맞춰 작품을 열람하고 있는지, 작품의 최신회차까지 보고 있는지 등, 말하자면 ‘열람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웹툰은 꾸준히 보지만 어떤 주기로, 언제 와서, 어디까지 보는지에 대한 패턴은 계속 변화할 수 있거든요.
데이터가 워낙 많고, 장기적으로 추이를 살펴보고 또 분석하는 일이라서 팀 안에서는 ‘연구과제’라고도 부릅니다.
유저 규모가 큰 서비스일수록 이미 숫자가 크고 더 성장하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하기 쉽잖아요.
그 안에서 유저들이 웹툰을 따라 열람하는 패턴이 느슨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게 서비스에 장기적으로 좋은지 나쁜지를 파악하고 있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우리 서비스에서 더 많이 작품을 보고 더 많이 결제하고, 더 오래 남는 유저의 열람 패턴을 정의하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그로스 팀의 일이니까요.
“지표를 최대한 쪼개서 보려고 노력해요.
너무 답답해서 모르겠을 때는 심지어 당일 축구 경기가 있었는지까지 살펴 보기도 합니다.”
지표로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아요. 서비스 지표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내/외부적으로 너무나 많기 때문에, 지표를 최대한 쪼개서 보려고 노력해요. 웹툰 열람자가 확 빠진 날이 있다면, 원래 웹툰을 보던 유저가 줄어든 것인지, 새로 들어오는 유입이 빠진 것인지를 보기도 하고요. 성별은 물론 열람 작품 수 단위로, 결제 금액 단위로, 열람 빈도 단위로 어떤 유저 그룹에서의 이탈이 전체 지표 하락을 만들었는지 여러 기준으로 쪼개서 살펴봅니다. 이탈이 늘었다면 그 유저들만 따로 떼어서 이탈 전에 열람한 작품이 뭔지, 결제한 작품은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보기도 하고요. 원인이 내부 지표에 없을 때도 사실 많아요. 하루 종일 모여서 원인을 찾다가 너무 답답해서 모르겠을 때는 학사일정, 날씨, 심지어 당일 축구 경기가 있었는지까지 살펴 보기도 합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해결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발견하는 사람, 문제의 원인까지 분석하는 사람, 그리고 정답이 아닐지라도 해 볼 수 있는 실행안을 제시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마지막 사람이 가장 일을 잘한다고 생각해요.
실행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야 하고, 어떤 부분이 이 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한 키인지를 파악해야 하니까요.
태도적인 측면에서는 ‘기대 수준의 조정’이 가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느 시점에 어느 수준의 아웃풋을 낼 수 있는지, 나의 기대 수준을 협업하는 동료들에게 공유하고 또 맞출 수 있는 능력 말이죠. 저희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잖아요.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스스로 정의하고 공유까지 할 수 있는 사람. 주변의 동료들이 ‘이 사람이 어느 수준의 아웃풋을 언제 줄 것인지’ 예측이 가능한 사람.
이 기대 수준 조정을 유연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여가시간 싸움인 것 같아요.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여력이 10인 사람이 지금 9개를 보고 있다면, 이 때 웹툰이 플러스 1을 어떻게 가져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사실 요즘은 대체 가능한 컨텐츠들이 너무 많잖아요. 유저들이 여유 시간이나 일정에 컨텐츠를 소비하는 패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단순히 네이버웹툰 내부 지표로는 읽어낼 수 없는 그 패턴을 파악하고, 큰 흐름 안에서 우리는 어떤 실행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늘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한국 웹툰은 이미 굉장히 성숙한 서비스예요. 유저 볼륨도 아주 크고요. 그러다보니 실제로 저희가 하는 액션으로 서비스 지표의 숫자를 크게 움직이기는 어려워요.
성숙한 서비스의 성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팀이 하는 일이 성장의 어느 수준에 기여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죠.
저는 우리 팀이 작은 조각을 모으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지표가 무엇인지를 정의하고, 그 지표를 올리기 위한 가설 수립과 실행을 반복하는 일이요.
우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액션을 실행했을 때 전체 서비스 지표에서의 큰 증가 폭을 만들지는 못했더라도, 작은 지점들에서 그 액션들이 모여서 서비스 성장의 기반을 다지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가 한 일에서 성과가 있는 것들을 잘 아카이브하고 공유하고, 또 프로덕트에 반영하면서 팀이 하고 있는 일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하는 일의 의미를 찾으려고 항상 노력합니다.
“일하는 원동력은 크고 작은 성취로 만든 저에 대한 믿음인 것 같아요.”
사실 일을 할 때 동기 부여는 누가 해 줄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내가 스스로 가져가야 하는 거죠.
제가 일하는 원동력은 크고 작은 성취로 만든 저에 대한 믿음인 것 같아요.
제가 한 액션들이 지표적인 성과로 보여지는 것, 제가 설계했던 가설이 실제 유저들의 행동 패턴이나 데이터로 맞아 떨어질 때와 같은 성공 경험인데요.
이런 경험들로 저를 스스로 증명하고 저에 대한 믿음을 조금씩 쌓아 가고, 결국 일을 하게 하는 동기 부여가 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저도 늘 불안하거든요. 이게 맞을까, 이렇게 하면 될까. 하지만 그 불안한 와중에서도 의사결정을 하고, 빠르게 실행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누구보다 고민을 많이 하고, 데이터를 많이 본 사람이 바로 나야.’ 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결정이 유효했을 때, 또 다른 믿음이 생기게 되는 것 같고요.
제가 13년 차이기는 하지만, 갭 이어를 가져본 적은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만약에 저에게 1년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회사에 안 갈 때 나는 뭘 하는 사람인지’를 찾는 일을 할 것 같아요. 회사원이 아닌 나는 뭘 좋아하는 사람일지. 투두 리스트가 없는 일상에서 나는 뭘 하고 싶어하는 사람일지. 저는 늘 이런 것들이 명확한 분들이 부러웠거든요. 나에 대한 이해가 명확하다는 반증이잖아요.
Published Feb. 2023